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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과학, 심리학/생각의 탄생

생각의 탄생 (생각도구4 패턴인식~ 생각도구6 유추) - 로버트 & 미셸 루트번스타인

by demi-an 2023. 2. 1.

창조적 사고의 과정은 보편적이다. 한 분야의 창조적 사고를 배운다는 것은 다른 분야에서 창조적 사고를 할 수 있는 문을 여는 것이다. 이 책은 창조적 사고의 본질을 파헤치고, 창조적 사고를 위한 생각 도구를 소개함에 그 목적이 있다. 지식이 쏟아지고 있는 현대 사회에 접어들면서 기존의 지식을 활용, 통합해서 혁신적인 새로운 통찰을 창조하는 것이 중요해졌고, 이러한 관점을 갖기 위한 안내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 블로그 글쓴이의 생각은 이와 같이 표시했습니다. 이탤릭체는 책의 구절과 거의 유사하게 인용한 부분입니다.

 

저자:

- 로버트 & 미셸 루트번스타인

  로버트는 미시간 주립대학 생리학과 교수로, 맥아더 펠로우십을 수상했다. 미셸은 로버트의 부인이자 연구동반자로서 역사와 창작을 가르치고 있다.

* 맥아더 펠로우십(MacArthur Fellowship)

  뛰어난 창의성을 보여준 예술가, 학자 등에게 맥아더 재단에서 매 해 수여하는 상

 

목차:

생각을 다시 생각하기

상상력을 학습하는 13가지 생각도구

생각도구1 관찰

생각도구2 형상화

생각도구3 추상화

생각도구4 패턴인식

생각도구5 패턴형성

생각도구6 유추

생각도구7 몸으로 생각하기

생각도구8 감정이입

생각도구9 차원적 사고

생각도구10 모형 만들기

생각도구11 놀이

생각도구12 변형

생각도구13 통합

전인을 길러내는 통합교육

 

생각도구4 패턴인식

'벽의 복잡한 문양 속에서 형상들을 발견하는 것은 시끄러운 종소리 속에서 우리가 아는 이름이나 단어를 찾아내는 일과 같다.' - 레오나르도 다빈치

 

패턴을 알아낸다는 것은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미리 아는 것이다. 우리는 패턴에서 지각과 행위의 일반원칙을 끌어내며 이것을 '예상'의 근거로 삼게 된다. 모든 창조행위의 특질이 될 수 있는 것이다. 화가 모리츠 C. 에셔는 이 기술을 매일 연습했고, 그의 아들은 욕실 벽의 문양 패턴에 아버지가 그려넣은 강조선, 음영이 웃는 얼굴, 슬픈 얼굴 등으로 새롭게 나타난 장면을 회상한다. 패턴 인식은 시각 미술 뿐 아니라, 음악, 언어(시), 의학(전염병 역학 조사 등), 과학(과거 대륙이 하나였다는 사실 등)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응용될 수 있다. 자연의 무질서 속에서 찾게되는 새로운 패턴은 새로운 통찰로 이어진다.

 

하지만 이러한 패턴이 바로 인식되기 어려울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패턴이 분명히 나타나기 전에 무엇을 예측하고 또 사물들을 어떻게 비교해야 하는지 아는 것이다. 기존의 것을 거꾸로 뒤집어보거나, 배열을 바꿔보고, 분리해 보는 등 다양한 방법이 있을 수 있다. 수학자 칼 프리드리히 가우스(Carl Friedrich Gauss)는 이처럼 '관계의 패턴'인식에 능했고, 어린시절 1부터 100까지 더하라는 과제를 100 + 0 = 100, 99 + 1 = 100, ..., 51 + 49 = 100, 50 처럼 계산해서 답 5,050을 금방 끌어내기도 했다.

 

과학 분야에서의 패턴 인식은 '퍼즐 풀기'와 유사하다. 충분한 단서가 모이면, 완성된 일반화로 이루어지거나, 빈 자리가 드러나게 된다. 이러한 빈 자리는 우리가 무엇을 모르는지 가늠하게 하는 단서가 된다. 무엇을 모르는지 알면 그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무엇을 해야하는지 방향을 찾을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문제 자체도 패턴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인디애나대학의 심리학 교수 엘리어트 허스트(Eliot Hearst)는 '발생하지 않은 것들을 인식하고 이것들로부터 뭔가를 배우는 일은 어렵다.'고 설명한다. 즉, 무(無)에 대한 무지로 인해 발생하는 큰 문제는 '패턴이 실제로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부재하는 경우, 지각하지 못하지만 실제로 패턴이 존재하는 경우를 어떻게 구분하느냐.'이다.

 

우리가 인지하는 '3차원'은 데카르트 좌표계(x-y-z 축)로 표현된다. 하지만, 실제 지구에서의 위치를 정확히 나타기에는 부족하다. 우주를 구형으로 전제하고, 이 속에서 중심으로부터 방향, 크기 (즉, 벡터)로 표현한 극좌표계는 항공운항, 우주비행에서 더 유용하게 사용되고, 이러한 사실은 우리 주변을 표현할 수 있는 관점이 여러 가지가 될 수 있음을 암시해준다. 이처럼, 우리의 패턴인식능력은 다른 공간, 다른 패턴을 학습함으로써 발달될 수 있다. 다양한 패턴은 세상을 이해하는 도구로 사용될 수 있다.

 

작가이자 번역가, 곤충학자기도 했떤 나보코프는, '잠자리에 들 때, 수도꼭지의 물이 규칙적으로 떨어지는 소리에 욕실문을 당겼다 밀었다 하며 리드미컬한 소리와 움직임의 패턴을 일치시키거나, 욕실벽의 복잡한 문양을 관찰하며 이따금 금이나 그늘 부분에서 사람의 얼굴을 발견하곤 했던' 패턴에 민감했던 어린 시절 자신을 회상한다.

 

패턴인식은 나의 일에서도 중요하게 여겨진다. 프로그램을 짠 뒤 예기치 않은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 다양한 변수로 오류 사례를 모은 뒤, 그것들 안에서 어떤 특성의 문제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는지 패턴을 인지하는 순간 해결책이 떠오르는 경우가 많다. 이는 책에서 언급한 패턴들 사이의 패턴인 '메타패턴'과도 연결되는 부분으로 느껴진다.

 

생각도구5 패턴형성

아프리카 원주민 음악의 리듬구조는 단순한 패턴이 모여 복잡한 연주가 가능함을 보여준다. 이러한 패턴이 여러 종류가 모이면, 각각의 악기가 치는 타이밍 맞을때도 있고, 다를 때도 있게 되는데, 이러한 다양한 조합이 다채롭고 역동적인 음악으로 들리게 만든다. 또한 수학자 조지프 푸리에(Joseph Fourier)는 복잡하게 표현되는 전자기파, 음파 등의 파동은 단순한 함수가 모여서 형성됨을 알아냈다. 복잡해 보이는 현상은 사실은 단순한 패턴이 모여서 형성되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패턴은 세상을 해석하는 모형이 될 수 있으며, 패턴을 발명할수록 실제 지식을 소유하게 된다. 이러한 사실을 보며, 세상을 해석하는 과학이론은 패턴을 인식하고, 이러한 패턴을 형성하는 원리를 밝혀내는 것의 전형이라는 생각이 든다. 가장 단순한 작업이 엄청나게 복잡하고 경이로운 것을 드러낸다.

 

단순함 속의 다양성(패턴)은 공학에서도 나타나며, 레버, 바퀴, 나사, 톱니 등 단순한 것에서부터 출발하는 기계의 모습에서 이를 연결지을 수 있다. 이를 응용한 다양한 장난감(레고, 주브(Zoob) 등)의 창시자들은 아이들이 장난감 놀이를 통해 디자이너나 발명가가 되기를 바란다. 창시자들의 이력(물리학자, 컴퓨터공학자, 화가, 유전학자 등)을 보면 패턴인식, 형성에 익숙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해서 이러한 장난감들을 발명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또한 그들의 이력이 다양한 것을 보면 패턴형성이 모든 학문분야의 경계를 넘나든다는 점을 생각해볼 수 있다. 또한 이러한 장난감들로 패턴을 만들어내는 것은 시각예술, 컴퓨터 프로그래밍 등과 마찬가지로, 결과물의 복잡성이 요소 자체의 복잡성에 기인하는 것이 아님을 생각할 수 있다. 단순한 패턴이 모여 경이로운 패턴을 형성한다.

 

이러한 패턴형성능력은 단순히 책을 따라가는 태도로는 형성되지 않는다. 주도적으로 한 패턴을 분해하면서 다른 패턴을 조립해보는 훈련이 필요하며, 이는 어떤 현상과 과정을 이루는 기본요소들에 대한 실질적 이해를 요구한다

 

생각도구6 유추

유추란 둘 혹은 그 이상의 현상이나 복잡한 현상들 사이에서 기능적 유사성이나 일치하는 내적 관련성을 알아내는 것을 말한다. 유추는 우리가 기존지식의 세계에서 새로운 이해의 세계로 도약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물리학자 막스 플랑크는 각기 다른 종류의 원자들로부터 방출되는 에너지는 각각 다른 복잡한 스펙트럼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연구했고, 그는 각 원자별 에너지가 특정 주파수에만 한정되어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이는 악기의 음이 개별적인 고유 주파수를 갖고 있다는 사실과 이어지기에, 그는 음악적 유추작업이 가능함을 깨달았다. 그는 마치 원자 속 전자의 궤도를 진동하는 현처럼 다루었다. 이렇게 출발한 양자론을 토대로 그는 1918년에 노벨상을 받게 된다.

 

피아노의 아무 건반을 눌러 '라' 라는 음을 낸다고 하면, 몇 옥타브 위나 아래의 '라' 현(絃)도 모두 진동하기 시작하고 이를 '동조진동현상'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러한 '라' 음들을 모두 '배음'이라고 부른다. 프랑스의 물리학자이자 아마추어 바이올리니스트였던 루이 드 브롤리(Louis de Broglie)는 양자화된 전자와 음악과의 유사성에 주목했고, 원자에 대해서도 '배음'이 존재하리라는 유추를 했다. 두 명의 미국 물리학자 G. 데이비슨과 L. H. 거머는 이러한 유추를 발전시켜서 원자배음을 '듣는 데' 필요한 도구를 개발했고 그 배음을 찾는데 성공했고, 이 공로로 1927년 노벨상을 수상한다. 이는 현대의 의학진단기법인 MRI로 발전하게 되었다. 이러한 사례들은 앞서 설명했던 생각도구들인 패턴인식, 패턴형성 기술과 연관됨을 느낀다.

 

유추는 이처럼 같지 않아보이는 아이디어들도 서로 공명하게 만든다. 우리를 구속하거나 자유롭게 하는 것은 감각이 아닌 유추를 통해서 미지의 것들을 조명할 수 있는 능력의 유무임을 알게된다. 학습은 유추에 의존한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유추(analogy)와 닮음(similarity)을 혼동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닮음은 그저 색이나 형태처럼 관찰에 근거한, 사물들 사이의 유사점을 말한다. 관찰대상의 특성과 그것들이 지닌 감각을 모두 비교할 때 적절한 유추로 이어질 수 있다. 언어로서의 예를 들면, '오렌지가 포도같다'는 그것의 둥근 모양에 기인한 닮음에 불과하며, '오렌지를 삶의 달콤함'에 비유한다면 유효한 유추로 볼 수 있을 것이다. 프랑스 시인 폴 발레리(Paul Valéry)는, 시의 목적이 유추를 통해 "다른 누군가의 내부에 시인 자신과 유사한 상태의 존재를 세우는 것"이라 말한다. 유추도 마찬가지로 분야의 경계 없이 공통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생각도구이다.

 

유추능력을 키우려면, 상상력을 자극하는 학습이 중요하다. 예를 들면, 작가인 제럴딘 브룩스(Geraldine Brooks)는 자신의 유추 기술은 어머니의 놀이로부터 영향을 받았다고 설명한다. 그의 어머니와 정원을 산책하면, 벽돌 위에서 햇볕을 쬐고 있는 도마뱀은 용 이야기의 영웅이 되었고, 나무에 돋아난 버섯은 비밀 장소로 이어지는 요정의 계단이었다. "어머니가 세계를 보는 방식에는 시가 자리하고 있었다. 내가 다섯 살이 될 때까지 우리 집의 작은 마당은 또 다른 우주였다."